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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영화 〈정순〉과 디지털 성범죄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2-12-27

영화 <정순>은 견과류 식품 공장에서 일하는 중년 여성이 주인공이다. 주인공 정순은 불법 영상 유출 사건에 휘말린다. 모텔방에서 속옷 차림으로 노래하던 정순을 직장 동료인 영수가 스마트폰으로 찍어 퍼뜨린 게 발단이 됐다. 해당 영상이 나돈 뒤로 정순은 큰 충격에 빠지지만, 끝내 법적 대응을 포기하고 선처한다. 보다 못한 딸이 정순에게 묻는다. "너무 쉽잖아 엄마. 쉽게 해결해주면 고마워할 것 같아? 안 그래. 엄마만 바보 되는 거야. 고마워하는 게 아니라 엄마를 바보, 등×으로 보게 만드는 거라고!"

사건 발생 이후 몸져누워있던 정순은 어느 날 집으로 불쑥 찾아온 영수와 대면한다.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문 앞에 서서 그가 꺼낸 말,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어." "당신이나 나나 잘 견뎌야지." "우리 둘 다 벌어 먹고살아야지." "사람들도 잠깐 이러고 말 거야." "나 빨간 줄 그어지면, 일 구하기도 그렇고…." 가해자를 다시 대면하는 것조차 힘겹게 여길 피해자에게, 기껏 찾아가서 한다는 소리가 이런 거다. 가슴을 찌르는 말이다.

역지사지하긴 했던 걸까, 아니면 자신이 겪을 피해만 생각하다 못내 사과를 건넨 걸까. 자기 얘기만 늘어놓은 걸 보면 후자일 가능성이 크겠다.

정지혜 영화감독과 함께 영화 <정순> 제작에 참여한 정진혁 촬영감독은 "더 이상 디지털 성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지 않을 수 있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암만해도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이런 범죄를 저지르다 적발될 시 인생이 끝난다는 생각이 들 만큼 법과 제도가 강화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디지털 성범죄가 뿌리 뽑혀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새 정부가 나서 힘써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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