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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인터뷰] “디지털성범죄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2-12-27

[감독 인터뷰] “디지털성범죄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양산 배경 정지혜 감독 첫 장편 영화 ‘정순’,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 수상
정지혜·정진혁 감독 인터뷰

  • 기사입력 : 2022-05-09 21:49:46
  •   
  • 양산 출신 정지혜 감독·창원 출신 정진혁 감독

    부산서 영화 전공한 후 영화제작사 ‘시네마루’ 차려


    “영화진흥위 사업 선정되며 영화 ‘정순’ 본격 제작

    경남문예진흥원이 지원… 인력 충원 가장 힘들어


    피해자·가해자 모두 보편적인 인물로 그리려 노력

    내년 개봉 목표로 지역서 다양한 작업 이어갈 것”


    양산을 배경으로 하는 정지혜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정순’이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엄마이자 중년 여성 공장 노동자인 ‘정순’이 동영상 유출로 인해 받는 인간적 수모와 모멸을 홀로 감당하며 결단까지 내리는 과정을 힘있게 묘사해 호평을 받았다. 한편 영화 ‘정순’은 정지혜(27) 감독과 이번 작품에서 촬영감독으로 참여했던 정진혁(28) 감독이 함께 운영하는 부산의 영화제작사 시네마루에서 제작했다. 이들은 부산 동서대에서 영화를 전공했으며, 대학 진학 전까지 정지혜 감독은 양산, 정진혁 감독은 창원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지역에서 영화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뒤 괄목할 만한 결실을 맺기까지, 고군분투해 온 두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6일 부산 수영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정순'의 정지혜 감독과 촬영 감독으로 참여한 정진혁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한유진 기자/
    지난 6일 부산 수영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정순'의 정지혜 감독과 촬영 감독으로 참여한 정진혁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한유진 기자/

    -이번 시나리오는 어떻게 쓰게 됐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공장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정순처럼 중년 여성 이모들이랑 함께 작업을 했었죠. 당시 제 또래인 젊은 관리자들이 권력을 손에 쥐고 이모들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이모들이 그런 것들을 각자만의 방식으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들을 봤어요. 그러면서 그 세대 여성들의 관성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어요. 한편 디지털성범죄가 비단 우리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중년, 전 세대를 아우르는 문제임에도 우리 세대 이상으로 확대되지 않아 이 지점을 이야기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었죠. 이번 시나리오를 쓸 때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중년 여성 서사에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접목시켰어요.(정지혜)

    -디지털성범죄를 소재로 다루는 과정에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세 가지를 중점에 두고 작업을 진행했는데, 첫 번째로는 비동의로 유출된 동영상을 최소한의 정보로써만 전달이 되게끔 표현하고자 했어요.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어떤 불쾌감을 느끼거나 공포를 느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로는 피해자다움을 이용하지 말자였어요. 피해자들을 정형화되게 표현하고 싶지 않았고, 그럼에도 최대한 보편적인 인물로 그리고 싶었죠. 이번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 중 하나가 디지털성범죄가 비단 어떤 특정 인물이나 세대에 국한된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인식되길 바랐어요. 마지막으로 가해자를 그려낼 때도 보편적인 인물로 그려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도 가해자의 서사가 너무 부각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했었죠.(정지혜)

    영화 '정순' 촬영 당시 정지혜 감독
    영화 '정순' 촬영 당시 정지혜 감독
    영화 '정순' 촬영 당시 정진혁 촬영감독의 모습
    영화 '정순' 촬영 당시 정진혁 촬영감독의 모습

    -지역에서 영화제작사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학교를 졸업하면 보통은 다들 서울로 올라가요. 아무래도 서울에는 영화 제작과 관련해 인프라가 많고 그만큼 일도 많으니까요. 2019년 당시 정지혜 감독님께서는 졸업한 뒤 ‘정순’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고, 저는 아직 학교에 남아있었어요. 그때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 영화사의 이름을 걸고 영화를 한번 제작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죠. 막연하게 시작했어요(웃음). 시나리오를 완성한 뒤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사업에 응모해 붙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죠.(정진혁) 익숙한 곳에서 창작을 하면 창작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을 많이 확보하면서 영화를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죠. 그래서 ‘당장 하고싶은 게 있을 때 지역에서 한번 해보자’라는 그런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정지혜)

    -영화감독이자 영화제작사 운영자로서 영화를 만든다는 건.

    △영화 ‘정순’을 시작하면서부터 둘이서 영화제작사 운영을 시작하게 됐잖아요. 이제 걸음마를 막 뗀 영화사인데 정순을 완성하면서 ‘이게 가능하구나’라고 실감했어요. 사실 ‘과연 지역에서 영화를 계속 하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심도 했었고, 힘든 점도 많았었거든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도 지역에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단단해진 것 같아요.(정지혜) 영화라는 작업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협업의 예술이잖아요. 그러다보니 작업 과정에서 의견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저희는 감독이자 제작사로서 조율해줘야 하죠. 제작사 위치에서 경험이 그렇게 많은 게 아니어서 미숙한 부분도 있었는데, 마무리가 잘 됐고 결과도 좋게 나왔어요. 앞으로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원동력을 얻은 것 같아요.(정진혁)

    -지역에서 영화를 만드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아무래도 영화하시는 분들이 서울에 집중돼 있다 보니 지역에서 장편영화에 필요한 인력을 충당하는 게 어려웠어요. 그런 까닭에 서울에 계시는 영화인들이 부산으로 내려와 같이 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이점도 있었어요. 제 고향이 양산이라 시나리오 작업할 때 자연스레 익숙한 장소와 환경이 떠올랐죠. 촬영도 양산에서 하다 보니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로케이션 인센티브도 지원받을 수 있었고요. (정지혜)

    -앞으로의 계획은.

    △영화 정순의 제작사로서는 계속해서 영화제에 소개시켜 드리고, 내년 3월 극장 개봉을 목표로 준비하면서 올 한 해를 보낼 것 같아요. 감독으로서는 저희 둘 다 새로운 작품을 위해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어요.(정지혜·정진혁)

    글·사진=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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