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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포커스] 오정민 감독,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그대로 제 영화에 담을 수 있다는게 가장 좋았죠.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10-10


Q. 작년 부산국제영화제부터 올해 영화 개봉까지 한창 바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이번 작품은 감독님의 첫 장편영화이자 영화아카데미 졸업 이후 선보이는 첫 작품이기도 하죠. 이번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제가 스무 살 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몇 푼 안 되는 돈 가지고 가족들끼리 싸우기 시작했어요. 그런 일들이 굉장히 치부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과 관련해서 대화하면 할수록 이 일이 어느 집에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더라고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잘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우리 가족은 왜 멀어졌는가에 대한 생각을 시작으로 보편적인 가족 이야기를 한번 만들고 싶었어요. 미시사에서 시작해서 거시사까지 확장될 수 있는 보통의 가족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또 제 첫 영화이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가장 영화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죠.


Q. 합천을 <장손>의 주요 촬영지로 결정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요?  


영화의 배경이 경북이다 보니 대구를 시작으로 로케이션을 찾아다녔어요. 지금의 대구는 제가 생각하는 옛 정취가 가득한 로케이션은 아니었어요. <장손>은 세 계절을 거치면서 변화하는 자연환경이 중요한 영화이기 때문에 그런 점을 잘 부각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나섰어요. 마침, 합천에서 영화 속에서 가장 큰 배경이 되는 큰 가옥을 발견했어요. 여든이 넘는 노부부께서 살고 계신 집인데, 지금의 집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마음에서 영화 촬영을 허락해 주셨어요. 그래서 가옥으로부터 1시간 거리 안에 있는 장소로 확정 지어 촬영을 진행했어요.



Q. 촬영지를 선정할 때 아무래도 세 가지의 계절을 다 담는 게 중요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 외에도 어떤 요소에 신경을 많이 기울였는지 궁금해요.  


대가족이 나오다 보니 어떤 공간이든 굉장히 넓은 공간이어야 했어요. 실내 공간도 넓고, 자연환경도 답답하지 않고 트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죠. 사실 실내는 아무리 창문이 있더라도 구조적으로 벽이 세워져 있기 때문에 막혀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자연환경만큼은 광활한 느낌이 강하길 바랐죠.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환기되는 효과를 줄 수 있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Q. 처음부터 계절의 변화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작품을 쓰셨나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화목했던 가족은 변한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했어요. 가족이 어떻게 변하는지는 자연과 함께 조응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가장 화려하고, 뜨겁고 격정적인 여름에서 가장 차가운 겨울로 이행하는 방향을 구상했죠. 결론으로 가게 되면 몇 안 남은 가족들끼리 굉장히 쓸쓸한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는 그 모습이 지방 구성원의 변화와 소멸, 자연의 소멸 그렇지만 다시 또 새봄이 찾아오는 큰 설정이 있어서 계절의 변화를 담아내야만 했어요. 계절의 변화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어설픈 TV문학관 같은 영화가 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영화 '장손' 스틸 이미지 ⓒ ㈜인디스토리 


Q. 영화를 보면서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화재 장면을 촬영하는 방식이었어요. 굉장히 큰 화재가 나는데,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셨는지 궁금해요.  


그날은 오전에 리허설하고 배우들이 한 2시쯤 모여서 저녁까지 계속 리허설을 했었죠. 동선을 단 한 치 오차도 없게 연극처럼 각기 다 맞추는 거죠. 누가 들어오면 누가 나가고 어떤 대사를 할 때 누가 어디 위치에 있는지 그것들을 다 맞추는 거죠. 중복이 되지 않게 맞춘 다음에 한 서너 시간 연습을 한 후에 특수효과팀이 와서 가스관을 설치하고 불을 질렀죠. 화재 장면은 정말 가늠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풀샷 같은 경우는 두 번째 테이크만에 오케이 됐고, 롱샷은 한 테이크에 끝냈어요.
 

Q. 작품의 정서가 우리에겐 정말 보편적인 이야기로 다가오는데 해외영화제에서는 어떤 반응이었는지도 궁금해요.  


제가 들었던 반응들은 일부 반응밖에 안 되겠지만 굉장히 보편적으로 받아들여 주셨던 것 같아요. 자기네 가족들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셨지만, 사실 그분들이 우리 영화의 몇 퍼센트를 이해했는지는 저도 사실 모르겠어요(웃음). 물론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정서가 있겠지만 한국의 해학이라는 정서에 대해서는 조금 낯설어했던 것 같아요. 특히 장례식장에서의 가족들 간의 오고 가는 감정들에 대해서는 그 뉘앙스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반응을 보기도 했고요.


▲ 영화 '장손' 스틸 이미지 ⓒ ㈜인디스토리 


Q. 감독님께서 가장 애정하는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요?  


사실 모든 장면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유독 이유 없이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어요. 여름에 햇살이 막 부딪히고 할아버지 먼저 산을 올라가고 성진이 뒤따라 올라가는 뒷모습인데, 그 장면을 보면 이상하게 굉장히 따뜻하고 화사한 장면인데도 눈물이 나요. 제가 어렸을 때 그렇게 할아버지랑 산소를 자주 갔거든요. 어쩌면 이 장면을 찍고 싶어서 제가 영화를 만든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웃음).


Q. 대부분의 로케이션이 합천인데,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소가 있다면요?  


일단 집은 당연하고요. 그 집은 작품 로케이션의 5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당연히도 먼저 떠올라요. 집을 제외하면 저는 당산나무가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가족들끼리 함께 사진을 찍었던 공간이잖아요. 그 나무가 자아내고 있는 무언가가 있어요.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 영화 '장손' 스틸 이미지 ⓒ ㈜인디스토리 


 - 작년 수려한합천영화제에서 <장손>이 상영되기도 하고, 영화 개봉 전 합천에서 특별 상영회를 진행하기도 했죠. 합천군민들과 함께했던 시간이어서 더 뜻깊었을 것 같아요.  


합천 군민들도 계셨고 또 수려한합천영화제 보조 출연 아카데미로 출연하셨던 배우분들도 개봉하면 꼭 다시 보러 가야겠다고 마음을 써주셨던 생각이 나요. 그때 길게 얘기는 많이 못 나눴지만, 다들 아시는 공간도 있고 모르시는 공간도 있어서 어디였냐고 여쭤보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대부분 잘 봐주시고 적극적으로 질문을 해 주셔서 끝나고 몇십 분 동안 줄 서서 대화를 나누고 했던 기억이 나요(웃음).


 Q. 합천에서 촬영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을 하나 꼽아주신다면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그대로 제 영화에 담을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았죠. 공간을 마치 세트처럼 사용할 수 있었어요. 제작팀의 노력도 있었지만 합천 군민들의 협조와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기 때문에 그런 점이 정말 감사하죠.


Q. 감독님께서 이번 작품을 만들 때 감명받았던 영화가 있다면요?  


많죠. 저는 이 영화를 오정민의 가장 개성 있는 영화가 아니라 제가 좋아했던, 제가 존경했던 선배 감독님들의 영화를 제 식으로 잘 해석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한국에는 임권택 감독님, <학생부군신위>(1996)을 만들었던 박철수 감독님. 해외로 가면 일본의 오즈 야스지로 감독님 대만의 에드워드 양 감독님의 <고령가 소년 살인 사건>(1991)처럼 한 영화에 다양한 세계가 들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기도 했고요. 또 허우샤오셴 감독님의 <동년왕사>(1985)를 닮고 싶기도 했어요. 또 <레오파드>(1963)를 만들었던 이탈리아의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님의 작품처럼 우아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죠.


- 그게 잘 반영이 된 것 같나요?  


그건 제 욕망일 뿐, 제가  대답하기는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보시는 분들이 판단해 주실 것으로 생각해요. 물론 그들 영화와 저를 비교하는 건 절대 아니고요(웃음).



Q. 제일 처음으로 돌아가서, 감독님께서 영화 감독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가지고 있었나요?  


고등학교 때는 사실 소설가가 되고 싶었어요. 이청준 작가를 굉장히 존경해서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소설을 읽고 이런 깊이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조금씩 소설을 쓰기 시작했었죠. 그때는 친구들과 심야 영화를 보는 게 제 취미였어요. 여러 영화를 보다가 화양연화의 양조위 배우의 눈빛, 그 눈빛 하나가 제가 쓰는 100마디 문장보다 더 많은 걸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배우라는 존재에 매혹당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배우와 함께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영화 감독이 돼야겠다고 결심했죠.


Q. 감독님께 영화란 무엇인가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밤을 새워야 할 것 같은데...(웃음). 간략하게 말하면 제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것이죠. 영화 말고 저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관심도 없거든요. 유일하게 제가 관심 있고, 하고 싶고, 할 줄 아는 것 그 정도로 정리할게요. 일종의 놀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벌고 싶어요. 그 일이 저한테 영화입니다.


Q. <장손> 이후 준비하고 있는 작품 계획이 있다면요?  


<장손>을 준비하기 전부터 준비하던 영화가 있어요. 그 작품은 <장손>과는 완전히 다른 판타지 장르가 될 것 같아요. 그 플랫폼은 영화일지 OTT 시리즈일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요. 어쨌거나 <장손>을 만들었던 감독의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완전히 다른 영화를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번 다른 영화를 찍는 감독이 되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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