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영상자료관
리플렛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3-11-21

Q. 감독님, 안녕하세요. 경남영상자료관을 찾아주신 분들께 감독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영화하고 있는 최정민이라고 합니다.
Q. 감독님의 다른 인터뷰를 봐도 늘 ‘영화하고 있는 최정민’이라고 본인을 표현하시는 것 같아요.
늘 그랬던 것 같아요. 영화감독이라고 말한 적이 없네요. 감독이라는 건 뭔가를 더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지금은 감독이 되기 위한 과정 안에 있는 것 같아서 ‘영화하는 사람’이라고 보통 표현해요.
Q. 감독님께서는 영화를 한 지 꽤 오래되셨죠, 99년도에 영화를 시작하셨죠?
벌써 그렇게 됐네요. 그땐 영화를 전혀 몰랐어요. 영화를 시작하기 전엔 영화를 보는 것만 좋아했지 만드는 거에 관심은 없었어요. 영화를 하면서 왜 진작 영화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죠.
처음엔 서울에서 광고 사진을 공부해 보고 싶었어요. 광고 사진 쪽과 디자인을 동시에 배우고 있다가 누가 주변에서 영화사 들어가 보지 않을래라고 제안해서 재밌겠다 싶어 들어갔죠. 그 당시 다니던 영화사가 영화 방송도 같이 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영화 방송 쪽 팀으로 들어가서 영화 관련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죠. 배우 인터뷰, 제작 발표회도 많이 다녔었고, 또 영화 현장을 많이 돌아다니기도 했는데 그게 너무 매력적인 거예요. 제가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하고, 이야기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그때 갔던 현장도 체질적으로 잘 맞았고.
그때부터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영화공부를 시작했어요. 주말마다 마음 맞는 사람들이랑 습작도 만들어 보고. 그때 장비가 다 회사에 있어서 그 장비들로 촬영하곤 했죠.

Q. 감독님의 첫 작품 <도시화>도 그때 만들어진 영화인가요?
<도시화>는 제가 정말 영화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회사를 그만둔 후에 찍은 영화예요. 회사 그만두고 나와서 2년 정도 더 영화를 공부했어요. 혼자 공부하면서 영화 관련 서적이나 시나리오 읽어가며 독학했죠. 2년 동안 공부하면서 그제야 이때까지 찍었던 습작들을 그렇게 찍으면 안 되는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다시 단편을 새롭게 찍어보자 했던 게 <도시화>에요. 영화의 근본적인 어떤 이미지를 이야기로 쓰고 촬영했죠. 그땐 제작지원사업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라서 돈 모아서 사비로 만든 작품이에요. 마지막 필름 영화이기도 하죠.
Q. 서울에서 창원으로 돌아왔던 시기는 언제인가요?
그게 딱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기였어요. 그전까지 영화는 무조건 서울에서 했어야 했어요. 지방에는 필름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어쨌든 서울에 가서 해야 했는데,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면서 지방에서도 영화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거죠. 영화를 서울에서 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래서 창원으로 왔죠. 제가 오래 살았던 곳에 가서 영화를 다시 하면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그게 더 경쟁력 있겠다 싶었죠.
Q. <도시화>이후 감독님의 첫 장편 <길>이 나오죠. 어떻게 바로 장편제작으로 넘어가셨죠?
그땐 너무 몰랐어요. 영화라는 건 조금 알았는데 단편에서 장편으로 갔을 때의 상황을 너무 몰랐던 거죠. 무작정 덤벼들어서 만들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촬영 3회 차 들어갔을 때 '아 이건 아니구나.' 하고 느꼈어요. 영화가 총 15회 차였어요. 15회 차 촬영하는 동안 쉬질 못했어요. 휴차라는 개념을 잘 몰랐기도 했고, 스태프 분들이 너무 힘들어하는 게 보여서 딱 한 회차 쉬었던 기억이 나요. 숙박비도 아끼려고 집에서 출퇴근하다 보니까 정말 힘들더라고요. 새벽 4시에 촬영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5시인데 다음날 콜타임이 7시니까, 한 시간밖에 못 잤었죠.
한 17일을 정신 나간 듯이 지냈던 것 같아요. 그러고 일주일 정도 앓다가 한 달 반 내내 편집하고 밥 먹고를 반복하며 지냈어요. 그렇게 힘들게 지냈던 게 다 기억에 남는데 궁극적으로 작품이 제 마음에 들지 않았죠. 시나리오를 그대로 하나씩 찍어나가기만 하고, 연출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채 만들어지다 보니 너무 아쉬웠죠.
Q. 두 번째 장편인 <프레스>는 전주국제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등 국내 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었는데, <프레스>는 어떤 작품이었나요?

영화 <프레스>(2017)
<프레스>와 <길>을 본 사람들은 다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봐요.(웃음) <길>을 제작하면서 했던 고민들을 풀어내려 했었죠. 다시 공부하고 또 공부했죠. 너무 터무니없는 걸 써서 힘들어하지 말고, 내가 찍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면 되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려 했어요. 남들 흉내 내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찍었죠.
Q. 감독님께서 그 당시 했던 인터뷰에서 <프레스>이후로 한 인물에 집중해 끌고 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던 게 기억나요. <프레스> 이후 <앵커>, <신세계로부터>는 그런 감독님의 마음이 잘 반영된 작품일 텐데 그게 감독님만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세계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세계관으로 인해 감독님을 기다리는 관객들이 많아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해요.
<앵커> 때만 해도 그런 마음이 컸어요. 한 인물이 극을 끌고 가는 힘을 가지고 있었으면 했어요. <신세계로부터>도 그러한 편이긴 한데 그 마음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어요. 지금 촬영을 앞두고 있는 <고도:기다리는 사람들>은 아예 달라지죠.
제 세계관을 계속해서 움직이고 스타일을 가져가는 것도 좋지만, 확장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이 세계를 더 확장해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도 다뤄보고 싶더라고요 지금은.
Q. 지금 준비 중인 <고도: 기다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더 해주신다면요?
원래 <고도>는 상업영화를 염두에 두고 썼어요. 쓰다 보니까 영화 속 세계관이 너무 좋아서 이 세계관을 가지고 다른 작품을 하나 더 만들어보자는 마음에 <고도: 기다리는 사람들>을 썼어요. 그러니까 제가 가지고 있는 큰 그림인 <고도>라는 어떤 이야기의 시발점인 셈이죠.
Q. 올해 수려한합천영화제에 출품한 <미, 씽>은 단편영화더라고요. 감독님께서 몇 년 만에 단편을 작업하신 거죠?
13년 만에 작업한 셈이죠. 영화 작업을 계속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그게 부담으로 돌아올 때가 많아요. 재미있을 때는 그게 너무 재밌는데, 어느 순간부터 부담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고요. 그런 걸 떨쳐버리고 작품을 한번 찍고 싶었어요. 제 마음을 환기시키는 무언가 필요했거든요. <미, 씽>은 정말 가볍게 마음 맞는 사람들이랑 같이 찍어보자 해서 만든 영화예요.
Q. 그래서 최근에 단편을 한 편 더 찍으신 건가요? 박현민 배우 주연의 <폭염>이라는 영화를 올해 여름에 촬영을 마치셨다고 들었어요.
네 맞아요. <미, 씽>을 찍다 보니까 단편 작업하는 게 너무 재밌는 거예요. 다시 옛날로 돌아간 것 같고. 그래서 올해도 한 편 찍었어요. 매년 이렇게 찍을 순 없지만, 시나리오를 써서 제작지원을 받게 되면 촬영해 보자 해서 사업에 신청했고, 그렇게 지원받고 찍은 작품이죠. 웃기지만 내년에 단편 한 편을 더 작업하려 해요. <미, 씽>, <폭염>을 묶어서 여름 3부작을 구상 중이에요.

Q. 기다려야 하는 작품이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그게 제 욕심이 아니라 생각나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가 없네요(웃음).
Q. 올해 <신세계로부터>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감독님의 이전 작품들 <프레스>, <앵커>는 감독님께서 직접 배급하셨는데 이번 작품은 다른 배급사를 통해서 배급하신다고 들었어요. 또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예술영화 개봉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하셨죠.
이전 작품들의 경우 개봉할 때마다 제가 자체 배급을 하다 보니 늘 아쉬움이 있었어요. 배급도 노하우가 있는 거고, 극장과의 관계도 조금 더 긴밀할 텐데 저는 그런 게 없다 보니 홍보하는 게 늘 한계가 있었어요. 영화 자체로는 긍정적인 성과나 반응들이 보였는데 막상 개봉하면 관객들이 엄청 모여들진 않더라고요.(웃음)
이번 작품은 관객들이 충분히 좋아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배급사에 맡기는 게 더 좋을 것 같았어요.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겠다 싶었죠. 또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개봉지원비를 확보하기도 했으니까 조금 더 큰 규모로 해서 제대로 영화를 알 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Q. 감독님께 영화란 무엇인가요?
숙명이죠. 27살 때까지는 방황을 많이 했어요. 놀기도 놀고, 뭔가를 찾긴 하는데 그게 뭔지 몰랐어요. 나중에서야 그게 영화라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땐 영화를 몰랐으니까 계속 그 주변을 헤맸던 것 같아요. 사진 좋아하고 혼자 소설 쓰고, 친구들이랑 저녁 늦게 술 먹고 난 뒤에도 도서관에 예술 영화를 보러 갔어요.
영화를 알고 난 뒤부터는 정말 미친 듯이 살았어요. 30대 초반까지는 정신없이 살았죠. 영화에서 제 숨은 인생을 찾은 거예요. 글도 잘 써야 하고, 생각도 많이 해야 하고 기본적인 카메라나 조명, 사운드에 대한 인식도 있어야 하는데 그게 힘들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이 저한테 잘 맞더라고요. 정말 최적화되어 있어요. 제대로 된 길을 찾은 거죠. 다만 계속하다 보니까 아직까진 미래가 불투명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서 그게 고민되기도 하죠. 모든 게 확실하지 않으니까요.

영화 <신세계로부터>(2021)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이번 여름에 찍었던 <폭염> 편집부터 해서 <고도: 기다리는 사람들> 촬영이 있어요. 엄청 빡빡한데, 당장 12월 10일에 <신세계로부터> 개봉 준비도 해야죠.(웃음) 개봉 전에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2023 경남 영화・영상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경남에서 시사회도 준비하고 있어요. 이것저것 준비하며 틈날 때마다 다음 영화 시나리오 준비도 하면서 지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