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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포커스] 황성진 배우, 눈사람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3-08-31


Q. 안녕하세요. 황성진 배우님. 경남영상자료관을 찾아주신 분들께 배우님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38선 아래로는 어디든 배달이 가능한 연기배달부 황성진입니다.


Q. 연기배달부라는 명칭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세요. 배우님은 언제 처음 연기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제가 고등학생 때 학교가 한창 인문계에서 개방형 자율 사립 고등학교로 전환되던 시기여서 교내 규율이라던가 여러 프로그램들이 제 시간을 많이 옥죄는 느낌을 받았어요. 입시경쟁은 더 가열되고 당장 옆에 앉아있는 친구와도 경쟁을 해야만 하는 그런 상황에 환멸감을 느꼈죠. 거기에 대한 반항심으로 처음엔 연극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마산에 있는 ‘객석과 무대’라는 극단에서 지냈는데, 당장 연기를 해야 한다기 보다는 연극을 만들어가는 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연극을 선보인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거든요. 연극판에서는 모두가 다 쓸모 있는 존재인 거잖아요. 그때가 고등학교 2학년 때라 학교를 마치면 늘 극단에 가서 자그마한 일들을 도맡아 하곤 했었죠. 그때 당시엔 나이도 어렸고, 제 포지션이 어중간했어요.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해보려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스물여섯에서 스물일곱까지는 경남에서 극단을 기웃거리며 지냈어요. 극단에 있을 때는 연극을 많이 할 수는 있었지만, 하다 보니 조금 더 체계적으로 연기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스물일곱에 연기과에 진학했고 지금까지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활동이 있다면요?


김재한 감독님의 <오장군의 발톱>이 가장 기억에 남죠. 잠깐 영화사에서 인턴 생활을 했을 때 들어가게 된 작품이에요. 그때 무작정 영화하고 싶다고 찾아간 지역 제작사에서 짧게 인턴생활하면서 제작부 막내로 지냈었어요. 영화에서 처음으로 단역출연을 해보기도 했고요. 어느 현장이나 그렇듯 제한된 시간과 한정적인 자본으로 촬영을 진행하다 보면 고생을 많이 하게 되잖아요. 특히 <오장군의 발톱>은 모든 스텝분들이 고생을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했던 현장이었어요. 다른 작품은 몰라도 <오장군의 발톱> 그 순간, 그때 만났던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져요.


Q. 지난 4월, 마산영화구락부에서 진행했던 <지역배우조명 : 황성진 배우전>을 통해서 많은 분들에게 배우님을 알리는 계기가 되셨을 것 같아요. 마산영화구락부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고, 또 배우님만을 위한 특별전을 진행한 소감도 궁금해요.


작년 여름, 무학산영화제에서 처음 마산영화구락부를 알게 되었어요. 제가 자라온 마산에서 영화제가 열린다고 해서 궁금한 마음에 방문했던 영화제였죠. 3일 동안 진행하는 영화제였는데 이틀 내내 영화제에 붙어있다 돌아갔어요. 그때 김준희 감독을 만났죠. 아, 이제는 김준희 작감님이라고 불러요. 작가이기도 하고 감독이기도 해서요.(웃음)
무학산영화제가 지나고 한동안 준희작감님을 잊고 지내다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배우전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배우를 전시한다는 개념이 제게는 아직 생소했고 제가 그곳에 놓였을 때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게 있을까, 그만큼 내가 가치있는 사람일까라는 의구심도 들었고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들어 거절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었죠. 그때 준희작감님이 그렇게까지 부담 가질 필요 없고 편하게 연기하는 자리라고 생각해 달라고 하셔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저질러버렸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셔서 놀랐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 많이 연습했었던 고연옥 작가님의 <처의 감각>이라는 작품으로 낭독극도 함께 했었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 치열하게 준비했던 작품이기도 해서 고연옥 작가님께 허락을 구하고 낭독을 했었죠. 낭독극도 하고 관객 분들과 준희작감님들과 함께 저에 관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제 스스로가 조금 더 정돈되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던 특별한 시간이었어요. <황성진 배우전>을 먼저 제안해 준 준희작감님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 전해봅니다.


Q. 올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진행하는 ‘2023 경남영화아카데미 원데이제작워크숍’에도 참여하셨다고 들었어요. 하루동안 세 명의 연출자가 진행하는 제작 워크숍은 어떠셨나요? 


어디 가서 제가 그런 경험을 하겠어요. 비록 하루동안이었지만, 3명의 연출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잖아요. 저한테는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사실 현장에서 배우한테 연기를 잘할 수 있는 현장을 잘 조성해 주긴 힘들잖아요. 그렇게 해주면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만, 스스로가 어떤 작업현장에 투입되었을 때 바로 작업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이번 현장은 빠른 시간 내에 현장에 투입해 적응하고 제가 연기를 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일종의 트레이닝 작업 같았어요. 저한테도 교육이 되었죠. 세 명의 연출자 분들 스타일이 각각 달라서 연출자에 맞춰 바로 작업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야 했으니까요.
재밌었어요. 이 분들이 요구하는 그림을 더 명확하게 캐치하고 싶었고, 그런 컨디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죠. 너무 즐거웠어요.


 


Q. 황성진이라는 배우는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요? 


앞서 소개했듯이 저는 제 스스로 연기배달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코로나가 한창 심했을 때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었잖아요. 사회에서 거리두기와 같은 균열이 났을 때 그 거리를 메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더라고요. 그게 결국 제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를 연기배달부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연기를 배달해서 그 거리를 메꾸고 싶은 거죠. 부끄럽지만 눈사람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눈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눈의 입자는 처음엔 액체였다가 추운 겨울에 응고되면서 뭉치고 다듬어져 눈사람이 되잖아요. 그렇게 만들어진 눈사람은 추억을 선물해 주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요. 저도 그 눈사람처럼 저의 심연에 흐르는 흐릿한 생각들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응고시켜 오밀조밀하게 다듬어서 그런 추억을 선물해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방향성이 있다면요?

 앞으로의 계획이라면... 글쎄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오디션 보러 다니고, 작품활동도 하면서 그렇게 배우 황성진으로 계속 지내지 않을까요? (웃음) 최근에 <농담>이라는 단편영화를 제작했어요. 제가 경험한 사건을 조금 더 증폭시켜 초고를 썼고, 몇 번의 피드백 과정을 거친 후에 바로 촬영을 진행했어요. 이제 후반작업만 남아있는 상태인데, 왜인지 느낌이 좋아요. 10월 중으로 지역에 있는 미디어센터에서 단편영화 상영회를 진행하는데, 일단 그 상영회를 무사히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영화제 출품까지 노려보고 싶어요. 그래도 연출은 이번 작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아요. 잘 해내야 된다는 중압감이 연기 할 때보다 더 크게 다가와요. 아무래도 작품의 모든 요소를 책임져야 하는 역할이다 보니 부담감이 엄청났어요. 지금은 이렇게 말하지만, 또 언젠가는 제 안에 맴돌고 있는 이야기가 솓구칠 때가 있을지도 모르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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